가난

Posted 2008/10/12 10:42, Filed under: 카슈미르
오늘은 이곳에 있는 옵저버들과 함께 음식다운 음식을 먹어보자고 작정하고 가장 가까운 도시로 나왔습니다.(그래도 3시간) 그럭저럭 괜찮은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field station으로 돌아가기전 아래층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음료수를 산 다음 계산대에서 줄을 서고 있었습니다. 제 차례가 되었을 때 갑자기 밖에서 남매(7살,3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 계산대로 다가와 계산하는 사람에게 무엇을 주고 거스름돈을 받아가는 것이었습니다. 확실한 것은 그 슈퍼마켓에는 그 아이들이 살수 있는 것이 단 하나도 없다라는 것입니다. 비싸기 때문이지요. 수입품위주였고, 무엇보다도 이곳에 있는 모든 슈퍼마켓에는 경비원들이 있어서 그렇게 더럽게 옷을 입고 있는 아이들은 입장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아마도 그 남매는 심부름을 왔던지 아니면 돈을 바꾸러 왔을 것입니다.

오빠로 보이는 남자아이는 한 끼 식사용인지 죽같은 음식이 들은 흰색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습니다. 지난 3개월 동안 늘 그래왔듯이 그때까지는 그냥 속으로 참 안됐다.. 나라면 그냥 줘도 절대 먹지 않을 그런 음식을 먹는구나! 라는 안쓰런 마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 두 남매는 그래도 형편이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적어도 신발은 신고 있었으니까요. 지금까지 3개월 동안 그 아이들보다 훨씬 가난한 아이들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길거리에서 수많은 가난한 아이들을 봅니다. 불타는 듯한 아스팔트위에서 자기 몸 1/3만한 돌을 옮기는 일을 하는 7살도 안되어 보이는 아이들, 솥하나에 적어도 10명이 넘는 아이들이 모여서 한 끼를 때우는 모습 등...그것에 비하면 그 아이들은 약과(?)였죠.

담담하게 서있는데 갑자기 어린 여동생이, 이제 갓 걸음을 걷기 시작했을 것 같은 아이가 마치 엄마에게 뽀뽀를 하듯이 그 비닐봉지에 애정 어린 뽀뽀를 몇 번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여자아이의 행동을 보는 순간 갑자기 눈물이 핑 돌더군요. 얼마나 배가 고프고, 그 음식이 소중하게 여겨졌으면 그 조그만 아이가 그런 행동을 할까... 저는 크리스천이지만, 매일 정해놓고 기도하는 시간외에는 저절로 기도가 나와 본적은 시험 칠 때 빼놓고는 거의 기억이 없습니다. 오늘은 그렇게 되더군요.

제 물건을 계산하는 동안 그 아이들에게 눈을 땔 수가 없었습니다. 이곳은 오래전 우리나라와 같이 외국인들에 대한 대우가 아주 융숭합니다. 제 앞을 그 아이들이 막고 있다고 생각한 경비원이 황급하게 다가와 그 아이들을 끌어내려고 해서 제지하고 그 아이들에게 돈몇푼을 주어 보냈습니다. 자기몸 반만한 여동생을 안고 가는 아이의 웃음이 얼마나 행복해 보였는지 모릅니다. 제가 준 돈은 단 한끼의 식사만을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액수였습니다.

지금도 그 여자아이의 눈빛이 잊혀지질 않네요. 돌아오는 길에 속으로 같이 갔던 핀란드, 덴마크 옵저버들한테 이런 메마른 놈들 하고 욕을 하고 있다가 갑자기 제가 그럴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의 조국인 덴마크는 GNP 대비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개발도상국에 대한) 정부 개발 원조)에 있어 지난 몇 년간 세계랭킹 1위였지요. 핀란드도 5위안에 듭니다.

며칠전 TV에서 영국의 아프리카 기아퇴치에 대한 행사를 다루면서 진행되었던 미국의 ODA와 관련된 대담이 기억나네요. 요약하자면..

여성앵커: (데이터를 제시하며) “보니까 덴마크는 GNP 대비 ODA가 0.86%으로 1위네요...근데 우리(미국)는 0.16%로 12위밖에 되지 않네요”

USAID관계자: (당황하며) “그래도 부시가 집권한 다음에 나름대로 의지를 가지고 있어서 지속적으로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공식석상에서 그렇게 날 씹으면 좋냐? 하는 표정이었죠)

물론 절대액수에서 미국은 1위입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0.064%(2003년)네요. 유엔에서 정한 목표는 0.7%입니다. 서양사람들에게 너희들은 먹고살만하고 우리는 아직은 아니라고 하기엔 변명이 아주 많이 궁색하지 않습니까? ODA를 통해 국제무대에서 위상을 높이고 체면을 차리는 것은 둘째치고라도, 이전에 받았으면 좀 돌려줄 줄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죠. 물론 이곳 파키스탄에도 KOICA를 비롯해서 한국분들이 계십니다. 그런 인적인 요소를 포함한다면 우리도 상당히 많이 기여하고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가난은 대물림 됩니다. 변화가 없으면 악순환 되지요. 특히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속하는 한 어쩔 수 없는 사회현상이 됩니다. 현지인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다들 자신의 자리를 알고 있습니다. 자신이 노력해서 올라갈 수 있는 한계를 안다는 것은 그 얼마나 사람들의 희망을 빼앗는 현실입니까.

매년 조사한다는 행복지수에서 국민들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나라에 파키스탄이 상위권에 들어간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습니다. 근데 그런 행복이란 것이 과연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매년 홍수로 수없는 사람이 떠내려가서 죽고, 가뭄으로 죽고, 병으로 죽고, 기아로 죽고 사고로 죽어도 그저 체념하는 삶이 “초월한 행복”을 느끼는 삶일까요?

아니라고 단연코 말하고 싶습니다. 그 질문에 대답할수 있는 어른들은 행복할지 모르지만 아이들에게는 절대 아닙니다. 가난이 얼마나 사람들의 삶을 황폐화시키고, 가정을 파괴하고, 인간관계를 말살시키며, 특히 아이들의 미래를 뺏는지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가난은 비단 미래에 대한 희망뿐 아니라, 인간존엄과 자기존재에 대한 의식까지 앗아갑니다.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도 많이 있겠지만 행복과 체념은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난은 극복의 대상이지 운명의 대상이 아닙니다. 모두가 사랑받기위해 태어난 것처럼 그 누구도 가난으로 인해 그 인생에서 희망을 앗아가게 해서는 안 되지요.

UN 공식문서에 의하면 지구상에는 6명중에 한 명꼴로(약 10억 명) 하루 1달러가 안되는 돈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고 그나마 가난으로 매일 2만 명이 죽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말라리아균을 가지고 있는 모기에 단 한번만 물려도 그 1달러가 없어서 죽음에 이르는 생명이 지금도 도처에 깔려있지요. 지금 이 순간에도 매년 천백만 명의 아이들이 5세가 되기 전에 사망하고 있습니다.


* 아는 사람이 생일이라서 아까 그 슈퍼마켓에서 제일 좋은 것으로 고른 생일카드가 75루피(약 1,300원) - 이 나라에서 최하층으로 분류되는 기독교인들이 불법으로 운영되는 벽돌공장에서 최악의 작업조건에서 벽돌 1,000장을 만들고 겨우 손에 쥘 수 있는 돈입니다.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가는 저 같은 사람에게 이렇게 반복되는 죄책감 없이(물론 또 잊어먹겠지만) 살수 있는 편한(?)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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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슈미르-마지막 미션

Posted 2008/10/12 10:41, Filed under: 카슈미르
코틀리에서의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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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li 가족들

집으로 가는 길.. 저 조그만 스즈키 짚에 한 15명정도 탑승했나?
저런 짚이 아슬아슬하게 카슈미르 험로를 용감하게 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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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한 소녀,
빨간색이 인상적이어서 한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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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코틀리 전경.
위에서 보면 꽤 큰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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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틀리 전경

마지막 보았던 어린 소녀.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아이들을 돌보는 경우가 많다.
가난은 이곳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풀어야할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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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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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슈미르-early bird

Posted 2008/10/12 10:36, Filed under: 카슈미르

가끔 아침일찍 정찰을 나갈때가 있다.
저 앞에 보이는 평원의 어딘가에 통제선(Line of Control)이 지나고 있다. 일반인들이 잘 모를것 같지만 그들은 정확히 통제선이 어딜 지나가는지 알고 있다. 지금은 아니지만 불과 몇년전만해도 통제선 근처에서 잘못하면 민간인들이 총격을 받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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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 of Control

열심히 지도를 보고 있는 칠레에서 온 다보스. 기간중 중령으로 진급을 했다.
따뜻함이 느껴지는 동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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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놀고..

휴식중.. 가끔씩은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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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초소에 돌아가면서 찍은 사진이다. 아름다운 카슈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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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칠레 바베큐 파티.
칠레가 자랑하는 와인과 바베규를 선보였다. 요리를 잘 못하는 나로서는 정말 미안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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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Q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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